< 우크라이나 전쟁, 유럽 정신문명은 없다. >

in kr •  3 years ago 

전쟁으로 러시아의 국력을 소모시켜 스스로 주저 앉히겠다는 미국의 작전목표는 실패했다. 러시아의 국력을 소모시키기 위한 경제적 방책은 오히려 미국과 유럽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 현재의 경제안보 상황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JP 모건의 다이먼은 미국이 앞으로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심각한 경제적 위기 상황에 봉착할 것이며, 그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기인하는 인플레이션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경제위기는 유럽이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까지 미국 연준과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코로나로 인해 지나치게 많은 돈을 풀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영향의 측면은 과소평가하는 측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다이먼은 현재 미국과 유럽이 직면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통화팽창을 넘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 축소 때문이라고 언급한 것이다.

갑자기 바이든이 사우디로 날아가서 황태자를 만나겠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동안 민주당은 사우디를 거의 버리는 패로 여겼다. 이란과 핵협상을 위해 사우디 정도는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미국이 세일가스를 개발하면서 사우디 석유 의존도도 줄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이전까지만 해도 사우디의 반발 정도는 우습게 생각하던 바이든이 석유 증산을 위해 직접 사우디로 날아간다는 것이다. 사우디가 얼마나 증산할지는 모르겠으나 아무리 증산한다하더라도 러시아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대체하여 현재 미국과 유럽을 포함하여 전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완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바이든이 사우디로 간다는 뉴스와 다이먼의 발언은 현재 상황이 미국과 유럽이 주장했던 내용과 정반대된다는 의미다. 특히 JP모건의 다이먼의 발언은 미국의 금융자본의 동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지 소로스는 이번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같은 문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오로지 러시아 척결만 주장했다. 이 두사람의 입장차이가 앞으로 미국의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어 나타날 것인지 지속적으로 추적해 봐야 할 것이다.

앞으로 미국의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미국 대통령의 국제정치적 구상이 아니라 금융자본의 경제적 관점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이먼의 평가에 따르면 유럽의 경제위기가 미국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고 한다. JP 모건이 이렇게 평가하면 유럽은 어떻게 해야 할까 ? 당연히 유럽은 자신의 경제위기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하는 것이 순서다. 이상한 것은 유럽이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경고에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EU 집행부는 인플레이션을 가속화시켜 스스로를 파멸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방향으로 질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이런 집단 자살적인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미 유럽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상실했다. 그저 미국의 충실한 시종에 불과하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우리가 학창시절에 배웠던 유럽의 정신문명이 과연 실재했던가 의심스럽다. 서구문명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 합리적 사고방식이라고 배웠다. 지금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과연 합리적인가? 그리고 논리적으로 설명가능한가 ?

헤겔은 유럽의 정신문명이 동양보다 우월하다고 했다. 그말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 유럽은 힘이 우월할 뿐이었지 정신적으로는 동양보다 우월하지 못했던 것 같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벌어지고 있는 이런 이상한 일들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던 서양의 정신문명이라는 것이 허구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아닐까? 이제까지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서양은 거의 모든 문제를 문화와 문명의 확산이 아닌 전쟁으로 해결하려고 했을 뿐이었다. 유럽의 지식인들 중에서도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지식인의 기능중 가장 중요한 것은 비판이다. 미국도 유럽도 지식인들은 모두 입을 닫았다. 입을 닫은 지식인은 아무것도 아니다. 과거 유럽 정신문명이 어쩌니 저쩌니 했던 것도 모두 헛소리에 불과했다는 것을 지금 미국과 유럽의 지식인들이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근대화와 서구화에 대한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근대화란 서구적 사고방식을 벗어나서는 달성되기 어렵기 때문에 근대화란 서구화란 말과 같은 의미라는 것이다. 모든 문제를 폭력적 방식으로만 해결하는 것이 서구화라면 근대화 자체는 어쩔 수 없이 폭력성을 수반하게 되는 것이다. 19-20세기 전반을 걸쳐 기승을 부렸던 제국주의는 서구의 근대화 과정에서 필연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근대화를 가능케한 삶과 사고 방식으로서의 서구화는 합리성보다는 폭력성이 더 두드러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다.

근대화가 물질적인 측면을 서구화를 정신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폭력적 문제해결을 추구하는 서구적 근대화는 폭력적으로 발현될 수 밖에 없다. 앞으로도 우리는 계속해서 폭력적인 근대화에 포획되어야 할 것인가? 근대화의 폭력성을 제거하려면 서구화의 대안으로서 비폭력적인 삶의 방식 그리고 다원적인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역사와 근대화를 이끌어온 미국의 유럽의 역사적 사명은 끝이 난 것 같다.

JP 모건의 다이먼이 한말은 간단하다. 얼마지 않아 유럽은 망한다. 그리고 뒤이어 미국도 망한다. 유럽이 무너지게 되면 미국은 패권을 상실한다. 공백은 어떻게 될까? 미국과 유럽의 경제적 위기에 영향을 적게 받을 국가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나는 유라시아와 동남아시아에 주목한다.

만일 미국이 다이먼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한다면 이 전쟁은 그 규모는 비록 크지 않지만 세계 패권의 향방을 가르는 역사적 전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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