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북한의 핵게임, 우리는 ? >

in kr •  3 years ago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나니 대안이 핵무장 밖에 없지 않느냐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으면 우리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핵무장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렇게 당연한 것이 결코 쉽지 않다. 우리가 핵무장을 하려 한다면 북한이 겪었던 것과 같은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한다. 우리가 핵을 가지겠다고 하면 아무도 그렇게 하세요 하는 국가는 없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모두 한국을 제제할 것이다. 북한은 주민들이 굶어 죽는 것을 감수하면서 핵을 개발했지만, 남한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남한이 이제까지 이룩했던 모든 성과를 포기하고 핵을 개발하겠다고 나설 수 있을까? 그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남한은 단군이래 최고로 잘사는 나라를 만들었다. 그것을 북한핵에 대응하기 위한 핵만들기 위해 다시 석기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는 법이다. 자원도 없이 수출로 경제발전을 이룩한 남한은 제재를 받아 외부와 교역을 중지하는 순간 폭망한다.

이제까지 미중 패권경쟁에서 미국에 너무 경도하면 안된다고 한 이유도 중국과 교역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중국과 교역규모가 많지 않으면 미국에 엎어지고 자빠져도 괜찮다. 중국은 조심을 해야 하는 나라다. 역사적인 경험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교역은 우리 경제에서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와도 교역규모가 너무 많은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가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중국이 기분나쁘게 나와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손해를 감수하고 내 마음대로 하겠다고 하면 아무말 대잔치를 해도 괜찮다. 문제는 그런 우리가 그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으면서 무작정 중국혐오증을 퍼뜨리는 사람은 매국노다. 무작정 일본 때리기로 손해를 보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나는 문재인 정권 당시 지소미아 폐기를 주장했지만, 일본에 감정적으로 대응했던 문재인 정권의 소위 반일 분위기 팔아서 먹고 살았던 윤미향 같은 종자는 혐오한다. 그 당시 지소미아 폐기를 주장했던 것은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금지 품목을 더 확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중국 혐오증을 퍼뜨리는 작자나 반일감정 퍼뜨리는 자는 둘다 국익에 반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중국에 큰 소리치고 싶으면 중국시장을 대신할 수 있는 교역 상대를 찾아야 한다. 일본에 큰소리를 치고 싶으면 실력을 쌓아야 한다. 속에 품고 있어야 하는 말을 크게 떠드는 자를 일컬어 철이 없거나 지능이 떨어지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한다.

남한이 직접 핵을 개발하지 못하니 미국의 전술핵을 배치해서 나토식 핵공유를 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그것도 언발에 오줌누기다. 나토식 핵공유는 우리가 직면한 위협의 해결방안이 되지 못한다. 미국은 어떤 경우에도 남한을 위해서 핵을 사용하지 못한다. 나토국가와 한국은 전략적인 의미에서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 나토에서도 하니 한국에서도 하자는 이야기는 처한 입장과 위치의 차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단세포적인 판단의 결과다. 미국은 심지어 주한미군기지가 북한의 핵에 타격을 받아도 미국은 핵으로 북한을 응징하지 못한다. 북한과 미국사이에는 전통적 의미의 핵억제전략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핵억제 전략은 국력이 비슷한 국가끼리의 게임이었다. 현재 미국이 적용하고 있는 핵무기 억제이론은 서로 비슷한 상대끼리의 게임이론이지 비대칭적 입장의 국가간 게임은 아니다. 미국과 소련이 서로 핵무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제1격을 맞으면 제2격으로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춤으로써 상대방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고전적인 억제이론은 미국과 북한처럼 서로 국력이나 이해관계가 상이한 경우에는 적용되기 어렵다.

아마도 미국의 핵전략가들은 미소간 억제이론이 미국과 북한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모든 이론이 그렇듯이 조건이 달라지면 내용도 달라져야 한다. 미국과 북한같이 서로 차이가 나는 국가간의 핵억제가 어떻게 작동할 것인가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핵에 관한한 미국보다 북한의 행동의 범위가 넓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공갈이 미국의 핵억제력 보다 훨씬 강력하게 비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핵 억제력은 내가 상대보다 국력이 현저하게 적을 경우 더 강력하게 작용한다. 이제까지 미국의 이론가들도 비대칭적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핵억제력을 유지할 것인가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것이다. 미국은 최근 핵태세검토보고서에서 비핵위협에 대해서도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미국은 핵으로 위협을 타개하려 했는데 이것이 오산인 것이 드러났다. 북한의 대응으로 미국의 새로운 NPR개념이 사실상 완전하게 실패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국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상대에 대한 핵억제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미국은 자국을 희생하면서 동맹국을 핵으로 보호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북한은 전통적 핵억제이론이 지니고 있는 허점을 정확하게 파고 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반도처럼 미국의 핵억제력이 제대로 기능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생기면, 남한같은 피보호국가들의 입장도 곤란해진다. 미국의 핵우산을 믿고 의지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핵을 개발할 수도 없다. 이런 딜렘마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

미국은 남한을 북한의 핵위험으로부터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많은 남한 사람들은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그냥 핵을 개발합시다 하는 말도 무책임한 소리고, 나토식 핵공유도 무책임한 소리다. 나토 국가들의 핵공유가 의미있는 것은 상대가 러시아기 때문이다. 한반도에 북한핵에 대응하기 위해 핵공유를 주장하는 것은 유럽과 한반도 그리고 러시아와 북한의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미국의 핵이론가들이 제대로 연구하지 않은 분야다. 특히 한반도에서 두드러진 문제기 때문에 한국의 국제정치학자들 그리고 게임이론 전문가들이 연구를 해야 한다. 내문제는 내가 연구를 해야지 남이 연구해주기를 기다려서는 안된다. 한국의 지식인들이 스스로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서양 학자들에 권위에 너무 지나치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핵을 개발할 수도 없고 나토처럼 핵공유를 해도 별 의미가 없다. 이럴 경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문제 때문에 예전에 ‘인문지리적 억제’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인문지리적 억제’란 작위적 개념이기 때문에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같다. 다음 포스트에서 계속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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