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키에프 축선에서 러시아군의 철수에 대한 군사적 평가>

in kr •  3 years ago 

이번에는 순전히 군사적인 관점에서 키에프 방면에서 러시아군의 철수작전을 살펴보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러시아군의 철수작전은 매우 성공적이었고 앞으로도 성공적인 전례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키에프 축선에서 러시아군이 철수한 것을 두고 다양한 평가가 가능하다고 본다. 분명한 것은 러시아군이 키에프 점령이라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러시아군이 키에프 점령에 성공하지 못한 것은 여러가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제일 큰 이유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군 진출을 잘 차단했다는 것이다. 러시아군은 도로를 중심으로 공격작전을 진행했다. 도로 이외의 지역은 진창으로 변해갔기 때문일 것이다. 키에프 북부지역에는 아직 눈이 오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으나 시간이 가면서 러시아군은 기계화부대를 전술적으로 전개해서 운용하지 못하고 종대대형으로 진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우크라이나군은 도로 중간 중간에 매복하여 러시아군의 전차와 장갑차를 쉽게 파괴할 수 있었다.

러시아군이 키에프를 포위하는데 성공했다면 아마도 전쟁은 신속하게 종결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진흙탕으로 정해진 도로 이외의 지역으로 우회할 수 없었던 러시아군은 키에프를 포위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형을 이용하여 러시아군의 진출을 매우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아마도 우크라이나군은 돈바스에서 오랫동안 전투를 경험했고 그런 실전 경험이 러시아군을 파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관전자로서 시간이 지나가면서 러시아군이 지나치게 종심이 신장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만일 공격작전 속도가 둔화되어 키에프를 신속하게 포위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남부와 달리 북부전선에서 시간은 러시아군의 편이 아니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러시아군의 취약점은 더욱 늘어날 것이었다. 그대로 정체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손쉬운 표적이 될 수 있었다. 사실 북부지역의 러시아군은 매우 위험한 상황에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군은 갑자기 철수를 해 버렸다. 작전의 중점이 남부나 동부라는 것은 북부지역에서 러시아군의 철수한 것을 핑계 삼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북부지역이 키에프 공격작전은 실패했다.

이번 러시아군의 철수작전을 보고 솔직하게 말하면 깜짝 놀랐다. 장교들은 이렇게 공격작전을 하다가 갑자기 철수를 해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것이다. 대부대의 행동에는 관성이 작용한다. 공격작전에서 바로 철수를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러시아 북부전선군의 지휘관이 매우 뛰어난 작전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북부전선군 사령관의 직관과 결심은 매우 탁월한 것 같다. 지휘관에게 직관은 가장 중요한 재능중 하나다. 그런 직관은 오랜 동안의 훈련과 전사연구로 얻어진다. 그냥 타고난 것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북부전선군 사령관은 매우 뛰어난 인물이다. 앞으로 겨울이 되면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을 막아 내기 어려울 것이다.

군의 작전은 크게 세가지 정도로 나눈다. 현행작전, 장차작전, 장차계획이다. 현행작전은 현재 부대가 수행하고 있는 작전을 의미한다. 장차작전은 앞으로 며칠후에 벌어질 작전을 구상하고 그에 대비하는 것이다. 장차계획은 현재 작전과 전혀 다른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장차계획의 대표적인 예는 한국전쟁에서 북한군이 남침을 했을 때, 맥아더 장군이 수원에서 인천 상륙작전을 구상한 것이다.

이번에 러시아 군의 철수작전은 크게 보다 장차계획의 영역에 해당된다. 러시아군은 공격을 한참 진행해 나가면서 우크라이나 군의 저항으로 신속한 키에프 포위와 점령이 어렵다고 판단되자 그때부터 철수 작전을 구상하고 계획을 수립한 것이다. 북부전선군 사령관은 한참 공격이 진행중이던 시점에 철수를 위한 계획수립을 지시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아마도 이르핀에서 우크라이나군이 극렬하게 저항할 시점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본다.

그러고 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휴전협상을 통해 북부전선군의 철수를 위한 시간을 벌어준 것이다.

철수는 군사작전중에서 가장 어려운 작전이다. 아무리 계획적으로 후퇴를 하더라도 부대는 일순간 혼란에 빠진다. 제대의 지휘체계는 붕괴된다. 그런 상황에서 적의 추격을 받으면 피해가 매우 커진다. 대부분의 피해는 후퇴를 할 때 발생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철수나 후퇴와 관련하여 이리 저리 복잡한 군사교리가 있다. 적과 접촉한 상태에서의 철수, 적과 접촉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철수, 그리고 적과 접촉했을때에도 적의 강압에 의해 철수를 당할때, 그리고 적과 접촉한 상태지만 자의에 의해 철수하는 것으로 크게 나눈다. 이번에는 적과 접촉한 상태에서 자의에 의한 철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키에프 방면에서 러시아군의 철수는 군사작전으로 보면 자의에 의한 철수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전쟁이 끝나고 성과분석이 이루어지면 북부전선군이 어떤 상황에서 철수결정을 내리고 철수를 위해 어떻게 계획을 수립했고 이를 실행했는가를 확인하면 매우 의미있는 군사교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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