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아들 명진에게 보내는 편지
"명진 보아라
(내가 죽은 뒤에 이 편지를 나의 아들 김명진에게 전해주시오.)
나의 사랑하는 명진아!
우리 집안 식구 다섯 사람은 모두 왜놈 때문에 굶어 죽었다.
명진아 나는 너의 아버지를 따라 가겠다. 너는 너의 힘과 지혜를 다하여 너의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원수 왜놈과 싸워라.
너의 아버지와 어린 동생 세 사람은 모두 굶어 죽었다. 네가 왜놈의 병정으로 뽑혀간 그 이튿날부터 순사와 면서기 놈들은 날마다 우리집에 와서 쌀을 뒤져서 빼앗아 가고 배급은 눈꼽만큼만 주기 때문에 집안 식구는 굶어 죽었다.
명진아 네 어미와 아비를 죽인 원수를 꼭 갚아라.
너는 왜놈의 군대에 있는 동안에 온갖 방법을 다하여 왜놈의 대포와 탱크와 비행기를 비밀히 파괴하여 못쓰게 만들어라. 그리고 더 있지 못하게 되거든 왜놈의 장군을 죽이고 중요한 문서를 훔져가지고 우리 독립군이나 동맹군 군대로 달아나서 힘을 합하여 원수 왜놈과 끝까지 싸워라!
명진아!
나는 간다. 이것이 나의 절명서이다.
꼭 원수 갚아라 우리의 원수는 왜놈이다.
사월 십일 어미 숙자"
국사편찬위원회가 3~7월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수집한 이 편지는 “내가 죽은 뒤 나의 아들 김명진에게 전해주시오”라는 전언으로 시작한다.
이 서신은
“네가 왜놈의 병정으로 뽑혀 간 그 이튿날부터 순사와 면서기 놈들은 날마다 우리 집에 와서 쌀을 뒤져서 빼앗아 가고, 배급은 눈곱만큼 주기 때문에 집안 식구는 굶어 죽었다"라고 당시 일제의 가혹한 수탈 상황을 고발했다.
이 서신은 “너의 아버지와 어린 동생 세 사람을 모두 굶어죽었다”며 “나는 너의 아버지를 따라 가겠다”고 적혀 있어 필자가 자결을 앞두고 쓴 절명기를 임을 밝히고 있다.
이 서신은 이어 "너는 왜놈의 군대에 있는 동안에 온갖 방법을 다하여 왜놈의 대포와 탱크와 비행기를 비밀히 파괴하여 못쓰게 만들어라. 그리고 더 있지 못하게 되거든 왜놈의 장군을 죽이고 중요한 문서를 훔져가지고 우리 독립군이나 동맹군 군대로 달아나서 힘을 합하여 원수 왜놈과 끝까지 싸워라"고 거듭 복수를 당부하고 있다.
이 편지는 "꼭 원수 갚아라 우리의 원수는 왜놈이다. 사월 십일 어미 숙자"라고 글을 맺었는데 1945년 4월 광복군의 '일본군내 한인 투쟁지침 전단"과 함께 발견된 점에 비춰 비슷한 시기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편지에는, 사랑하는 아들을 일본군에 의하여 강제로 징집당하고, 남은 가족은 일본군의 약탈로 굶어 죽을 수 밖에 없었던 어머니의 절규와 깊은 한이 배여있다.
누가 일본을 용서하라 했고, 누가 일본이 친구라 했던가.
당신의 아비와 어미, 당신의 아내와 남편,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과 딸은 그렇게 절명했고, 이제 그 역사가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