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시

in blurt •  2 days ago 

남들 다 하는 이사를 한 번도 못했다
집이 좋아서도 아니었고
집에 정이 들어서도 아니었다

길을 가다
사다리차를 타고 올라가는 짐을 보면서
그 짐의 주인을 부러워했다
사다리차의 높이만큼
신분이 올라가고 있다는 착각에
혼자 목을 늘이고 있었다

몇 해를 걸려
자전을 멈추지 못하는 동체(胴體)
하루에도 몇 차례씩 목을 길게 빼고
더듬이를 치켜세운다

사다리차가 되어야 하는 소명을
잊어서는 안되기에

image.png

컨테이너/ 신정민

이 밤은
눈먼 목수의 먹줄을 어디로 튕겼을까

내 머리 위엔 검은 수리 한 마리가 정지 비행 중이다

단 하나의 자세로
지치고 힘들 때 가고 싶은 나라는 아주 멀리 있다

나는 헌 옷 자루를 싣고 백야를 향해 간다

심연은 순록을 몰고
사냥꾼은 심연을 끈다

가질 수 없는 불빛들
깨질 수 있으니 던지지 말라던 나의 상자들

둥근 창을 갖지 못한 집들이 어둠에 가라앉고 있다

다시 묻는다
나는 왜 전망 좋은 곳에 흰 나무집을 짓는 목수가 아닌가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BLURT!